늦은 밤,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건 탐사자뿐입니다. 몇 년 전 돌연 실종되었다가 고속도로에서 스무 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KPC의 본거지니 당연한 일이겠지만요. 갑작스레 실종된 KPC를 찾기 위해 이 도로를 방문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. 번번이 허탕을 치고 포기한 지도 벌써 몇 개월입니다. 급히 도착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더라면 이 도로에 다시 방문할 일은 없었겠죠. 지직거리는 카 오디오에서 옅게 들리는 노랫소리, 앙상한 전나무 가지가 바람에 파도치듯 움직이는 소리가 전부인 고요한 도로입니다. 점점 더 어두워지는 도로 탓에 상향등을 켰을 때였습니다. 눈을 깜빡한 찰나, 탐사자의 앞에는 수배지의 모습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 KPC가 서 있습니다.
눈알이 빠질 것 같은 형광 오렌지색 하늘 아래…… 후덥지근한 먼지 냄새가 가득한 차 안. 엔진은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고. 당신은 녹아내릴 듯한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. …트렁크에 실린 당신의 친구와 함께요.